피터3(어메이징 스파이더맨::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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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2(샘레이미 스파이더맨::파커)


피터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게 문을 활짝 열었다. 어느덧 겨울이 지나 매일같이 화창한 햇볕과 따스한 공기로 아침을 맞이하는 봄이었다. 이른 오전부터 따사롭게 쏟아지는 햇볕의 온기를 음미하며 차곡 차곡 안쪽에 있던 화분과 바구니들을 밖으로 내놓았다. 새벽 시장을 부지런히 돌며 떼어온 싱그러운 꽃들이 가게 앞을 가득 채우며 도로변까지 향기를 퍼트렸다. 인도에는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그들 역시 피터의 가게 앞을 지날 때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개점 준비를 마치면 할 일은 더 많아진다. 꽃이 조금이라도 시들지 않도록 습도를 맞추어 물을 줘야 하고, 한 송이씩 나누어져 있는 꽃들의 가지를 다듬고, 언제든 손님이 사갈 수 있도록 여분의 꽃다발을 만들어놔야 했다. 피터의 작업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온갖 색깔의 꽃잎과 포장지, 리본 테이프로 지저분해지고 말았다.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질수록 피터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는 잠시 작업을 멈추고 작업대를 깨끗하게 치운 후 미니 온실에서 히비스커스 화분을 꺼내왔다. 여러개의 화분들 중에서도 유달리 까다롭게 골라낸 화분에는 길게 자라난 줄기에 큼지막하게 개화한 히비스커스 꽃이 매달려 있었다. 흠집 하나 없는 꽃잎은 깨끗하면서도 선명한 붉은색이다. 피터는 정리대에 있는 포장지와 리본들을 하나씩 꺼내서 일일이 꽃잎에 대어보면서 신중하게 색을 골랐다. 단일 톤을 사용하면 무난하지만 심심하기 쉬웠고, 그렇다고 너무 보색이면 촌스러워 보일지도 몰랐다. 히비스커스는 화려한 꽃이니만큼 그에 맞추어 선명한 색이 잘 어울리겠지만 너무 강렬하면 난잡해질 것이다.

심사숙고 끝에 마침내 꽃을 포장할 재료들을 결정했을 때쯤,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소리였지만 피터는 늘 그렇듯 이번에도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면 늘 똑같이 가슴이 뛰었고 청아한 하늘을 닮은 눈동자를 마주하면 귓가에 핫핫하니 열이 올랐다. 장담하건대 피터는 그의 눈보다 더 예쁜 색의 꽃은 본 적이 없다. 피터는 상기된 뺨을 문지르며 웃었다. "안녕하세요!"

파커는 얼마 전부터 꾸준히 피터의 꽃집에 방문하는 손님이었다. 매주 두 번씩, 똑같은 요일, 똑같은 시간. 종류는 상관없이 두 송이에서 세 송이 정도. 그날 그날 유난히 더 신선한 꽃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꽃다발을 건네면 기쁘게 웃는 미소가 너무 예뻐서, 매번 피터를 설레게 했다.

"오늘은 히비스커스가 잘 들어왔어요. 열대지방 꽃이라 온실에서 재배하는데, 꽃잎이 크고 넓어서 화려하죠. 마침 준비 중이었는데, 어때요?"

큼지막한 화분을 품에 안아 파커에게 내밀자 높게 솟은 꽃송이가 파커의 얼굴 앞에서 흔들거렸다. 길쭉한 수술이 코끝을 스치며 간질이자 어깨를 움츠리고 키득거렸다. 꽃가루가 묻어 콕 샛노란 점을 찍은 콧망울이 귀여웠다. 피터는 붉은 꽃잎과 녹색의 줄기 사이로 그런 파커를 바라보며 방정맞게 치솟는 입꼬리를 가라앉혔다.

"좋아요. 그럼 그걸로 포장해주세요."

얼른 화분을 내려놓은 피터가 행여 헤벌쭉 입을 벌린 제 얼굴을 들킬세라 작업대 위로 고개를 숙였다. 꽃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줄기를 잘라내어 미리 골라놓은 포장지 위에 가지런히 눕혔다. 이미 작업대에는 신중하게 골라놓은 사이드플라워가 있었다. 열대의 남쪽 섬을 연상시키는 하비스커스에게 너무 세련된 포장은 어울리지 않았다. 피터는 모래사장을 닮은 옅은 베이지색 포장지에 몬스테라와 야자잎으로 장식한 히비스커스를 잘 말아 녹색 리본을 묶었다. 작업을 하는 내내 힐끔거리는 시선이 몇 번이고 파커를 향했다. 그는 피터의 포장이 끝나길 기다리며 가게 안의 꽃을 구경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꽃들에 둘러싸여 하얀 얼굴이 더욱 돋보였다. 주변의 꽃들이 제 아무리 화려한 빛깔을 뽐내도 피터의 시야에는 오직 파커의 얼굴만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저 사람처럼 꽃과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지금껏 파커를 위해 여러 종류의 꽃을 포장해왔지만 소박하고 은은한 분홍색 튤립도, 강렬하고 짙은 푸른색 델피늄도 파커의 품에 안기면 순식간에 들러리로 전락해 그를 빛나게 했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색채라 한들 파커의 붉은 입술과 푸른 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가게 안에는 피터가 사랑하는 온갖 싱그러운 식물들이 가득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역시 그가 정성껏 가꾸어낸 꽃과 풀잎 사이에 선 파커의 존재였다.

"여기, 다 됐어요!"
"정말 고마워요. MJ도 좋아할 거예요."

아담한 사이즈의 히비스커스 꽃다발을 받아든 파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입가에 자그마한 보조개를 만든 채 살며시 눈을 내리감고 꽃다발의 향기를 음미하는 파커를 바라보는 이 시간은 가장 행복한 동시에 씁쓸하기도 했다. 성인 남자가 꼬박꼬박 꽃송이를 사갈 만 한 이유가 연인 외에 또 무엇이 있으랴. 피터가 입을 꾹 다물고 오직 꽃을 통해서만 남모를 메시지를 담는 이유였다. 피터가 고르는 꽃에는 늘 파커를 향한 마음이 스며들어 있었지만 그는 단 한번도 눈치 챈 적이 없었다. 물론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기에, 이번에도 역시 히비스커스의 꽃말은 미처 전해지지 못한 채 피터의 마음 속에 묻힐 뿐이었다.


파커가 늘 메리제인을 위한 꽃을 사갔던 것은 맞지만 피터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파커의 여자친구가 아니었을 뿐더러, 그녀와의 데이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오랜 친구였던 메리제인과 파커의 우정은 고작 이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흔들리는 일 없이 현재까지 쭉 이어져 오고 있었다. 메리제인은 매주 두 번, 정해진 요일에 한 라이브 카페에서 공연을 하곤 했는데 파커는 그녀의 공연 날이면 항상 작은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그건 늘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공연에 대한 찬사이자 아직 이루지 못한 그녀의 꿈을 향한 응원이었다.

메리제인은 고작 라이브 카페 가수일 뿐인데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며 민망하다는 듯 웃었지만 꽃다발을 굳이 마다하지 않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친구의 다정함은 그녀가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은 원동력이기도 했다. 메리제인은 파커가 건네는 꽃을 대기실의 화병에 꽂아 꽃이 시들때까지 가꾸곤 했다. 파커는 늘 메리제인에게 좋은 친구였고, 사이가 소원해지거나 서먹해지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기에 그녀가 파커에게 조심스러운 질문을 던지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린 그냥 친구가 맞는 거지, 피터?"

파커가 세 송이의 히비스커스 꽃다발을 들고 찾아온 날, 메리제인은 기쁘게 받아드는 한편 망설이며 물었다. 파커는 메리제인이 그런 질문을 한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는 당황하지도, 놀라지도 않으면서 그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뜻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 대답에는 순간을 모면하려는 기색 따위는 조금도 없었기에─무엇보다 그녀가 아는 파커는 임기응변에 강하지 못했다.─겨우 안심할 수 있었으나 그 대신 새로운 의문이 생겨났다.

"네가 지금까지 가져온 꽃은 대체 누가 골라준 거야?"

어떤 날은 튤립, 어떤 날은 아카시아, 또 어떤 날은 팬지.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거나 자의식 과잉인 줄로만 알았다. 본래 꽃이란 연인 사이의 단골 소재이자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한 물건이었으며 그만큼 사랑과 관련된 꽃말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러나 파커가 선물하는 꽃들은 항상, 작고 수줍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정성스럽게 가꾸고 다듬은 꽃을 보면서 메리제인은 차마 말하지 못한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랑이 시작되었어요.' '당신은 아름다워요.' '나를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히비스커스는 '당신 몰래 품은 사랑'

그저 꽃집 점원이 골라주는 대로 받아올 줄만 알았던 파커는 메리제인의 말을 듣고 나서 멍하니 눈을 깜박이다가 서서히 백치마냥 벌어지려는 입을 틀어막았으며 종국에는 얼굴 전체를 새빨갛게 물들이고 말았다. 메리제인은 이 둔하디 둔한 친우가 꽃을 사면서 단 한 번도 꽃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맙소사, 피터. 그녀의 한숨 섞인 탄식을 들으면서 파커는 한참 동안이나 붉어진 제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하지만, 착각일 수도 있잖아. 그냥 연인에게 선물한다고 생각해서 그랬을지도"

파커가 우물거렸다. 그런 가정은 이미 짝사랑을 의미하는 히비스커스을 선택한 시점에서 완전히 사장되어 버렸지만, 적어도 타인의 속내를 짐작하려면 충분히 신중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메리제인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넌 어떤데?" 파커는 대답을 하는 대신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고,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내 온 메리제인에게는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언뜻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처럼 보였으나 소심하기 짝이 없는 파커의 성정 상 직접적으로 듣지 못한 사랑 고백에 대답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상대를 솜씨 좋게 떠볼 수 있는 말재주를 가진 것도 아닌지라, 파커가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물색해야 했다. 메리제인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파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다행히 파커라도 용기를 내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날은 파커가 오지 않는 날이었다. 막 화분마다 물을 준 덕분에 흥건해진 바닥을 닦고 있던 피터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하고서 적잖게 당황하고 말았다. 평소와는 다른 날, 다른 시간에 가게를 방문한 파커는 처음으로 피터에게 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주문을 했다. "붉은 달리아가 있나요?" 다행히 막 제철에 들어선 달리아는 피터가 매일같이 새롭게 들여놓고 있는 꽃이었다. 피터는 허둥지둥 꽃을 꺼냈다.

본래대로라면 파커가 올 시간을 가늠한 피터가 일찌감치 꽃과 어울리는 사이드플라워는 물론 포장지와 리본의 컬러를 한 시간 가까이 고민해가며 골라 놓았겠지만 이번에는 미처 그럴 여유가 없었다. 피터가 포장을 할 때면 늘 가게 안을 느긋하게 오가며 꽃을 구경하던 파커가 이번에는 그의 곁에 멀뚱히 서서 꽃다발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게다가 이번에는 늘 그렇듯 두어 송이가 아닌 커다란 꽃다발이었다. 그만큼 들어가는 장식도 많을 수밖에 없어, 사이드플라워를 고르는 피터의 시선이 부산스러워졌다.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가버릴 꽃이었으나 파커에게는 언제나 완벽한 꽃다발을 건네주고 싶었다. 붉은 달리아는 와인색에 가까운 짙은 색감으로 인해 자칫 어두워 보이기 쉬운 꽃이었다. 깨끗한 화이트 컬러의 사이드플라워를 적절히 섞어주어야 했으나 과하면 메인플라워의 빛이 바라고 만다. 무엇보다 흰 꽃의 종류는 무궁무진한 만큼 어떤 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꽃다발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터였다.

매일매일 동일하게 반복되는 패턴이 바뀐다는 것은 곧 무언가의 변화를 의미한다. 피터는 과연 그게 무엇일지를 생각했다. 어쩌면 매번 파커의 꽃다발을 받는 그 행운의 여성과 한 단계 나아가려는 참일지도 모른다. 붉은 달리아는 그 화려함 덕분에 결혼식 부케로도 흔히 쓰이는 꽃이었다. 바구니에서 사이드플라워를 뽑아내는 피터의 손이 살짝 떨렸다. 작업대에 포장지를 펼치면서 파커의 주문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붉은 달리아, 크고 풍성하게. 그리고 전에 없이 “예쁘게 만들어주세요.”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웃는 얼굴에는 초조함과 긴장감이 옅보였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바지 속에는 어쩌면 반지가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되리라고 예상했던 일이다. 소소한 데이트 꽃다발 따위가 아니라, 제 손으로 그의 프로포즈 꽃다발을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놀랍도록 마음이 차분해졌다. 다만 어쩌면 매주 찾아오던 발길조차도 뜸해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아쉬워졌을 뿐이다. 주어진 시간은 짧았지만 최선을 다해 색을 고르고 꽃다발을 포장하면서 피터는 하얀색 동백꽃을 한 송이 끼워 넣었다. 겨울꽃이니만큼 이제 한동안 볼 수 없을 그 하얀 동백은 피터의 가게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 송이었다. 비록 크고 화려한 달리아의 틈새에 가려져 잘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만큼 피터의 비밀스러운 사랑과 꼭 닮은 꽃이기도 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인가 봐요."

마침내 완성된 꽃다발을 내밀며 피터가 말했다. 커다란 크기만큼 평소와는 달리 화려한 꽃다발은 연한 아이보리와 파스텔 핑크 두 겹으로 포장되어 붉은 달리아의 선명한 색이 돋보였다. 파커가 꽃다발을 받아들자 그의 작고 동그란 얼굴이 마치 꽃 사이에 파묻힌 것처럼 보였다. 파커는 풍성한 꽃들 위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가려졌으나 대신 달리아만큼이나 붉어진 귓불의 색깔만큼은 너무나 선명했다. 파커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과연 피터의 말대로 오늘이 특별한 날이 될지는, 이제부터 알 수 있을 것이다.

"거예요."
"네?"

피터가 언뜻 이해하지 못해 되묻자 이번에는 그를 향해 꽃다발을 내밀면서 다시 한번 속삭였다.

"이건 당신에게 주는 거예요."

파커의 고개가 점점 더 수그러들었다. 피터는 그것을 받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서 그저 멀뚱히 저에게 도로 건네진 달리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피터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파커는 살그머니 고개를 들면서 슬쩍 눈을 추켜올렸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꽃의 잔상을 헤치고 바라본 피터는 항상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꽃에 의해 물들어버린 양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과연 피터의 목덜미와 달리아 중에 뭐가 더 붉은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아. 파커의 마음 속에서 자그마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매번 파커가 찾아올 때마다 활짝 웃으며 맞아주던 피터를 떠올렸다. 피터에게서는 항상 꽃향기가 났다. 한 송이, 한 송이 정성을 다해 꽃을 다듬는 길쭉한 손가락이 섬세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는 봄바람에 흔들리는 꽃대 같았고, 그의 손길에서 탄생한 꽃다발을 건네며 웃음 짓는 매력적인 미소는 마치 꽃에서 피어난 것마냥 화사했다.

파커는 자신의 품에 안겼던 무수히 많은 꽃들과 그 꽃에 담긴 마음을 상기했다. 고작 한 다발의 달리아는 그 크기에 비할 바가 아니겠으나, 셀 수도 없이 촘촘한 달리아의 작은 꽃잎 사이사이에 스며든 대답은 분명 피터에게 전해질 터였다. 파커는 입을 열어 말을 하는 대신 피터를 향해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꽃다발을 쥔 파커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싼 피터가 그를 슬며시 끌어당기자 이번에는 피터의 품에 붉은 달리아가 가득 들어찼다. 피터는 꽃향기를 타고 전해진 파커의 속삭임을 들었다. 살랑이는 봄바람이 스치는지 귓가가 간질간질했다.

당신의 사랑이 날 행복하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