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3(어메이징 스파이더맨::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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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2(샘레이미 스파이더맨::파커)


키스해도 돼? 다짜고짜 풀엑셀을 밟아 정면으로 들이받아버리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책을 읽고 있던 파커의 곁에 딱 붙이고 앉은 피터가 대뜸 내뱉은 말이었다. 당황할 법도 하건만 하루 이틀 하는 소리가 아니었는지 파커는 책을 읽는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안돼. 그 거절 조차도 이제는 일상적이여서 피터는 굴하지 않았다. 그럼 뽀뽀는? 안돼. 코에도? 응. 뺨은? 기각. 목? Nob. 피터가 능청스럽게 웃었다. 손목?

"너 진짜"

마침내 파커의 시선이 책에서 떨어졌다. 눈이 마주치자 한껏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생글생글 눈웃음을 치는 저 예쁜 얼굴이 얄밉게만 보였다. 그 어떤 의도도 없이 결백하다는 듯 "왜, 그냥 손목이잖아." 라고 순진한 척 말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피터가 손목이 무슨 의미인지 정말로 모를 리 있나. 능청스러운 태도에 말문마저 막혔으나 안타깝게도 파커의 입담은 피터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결국 파커는 불만스럽게 입술을 벙긋대다가 그저 "절대 안돼." 라고밖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피터는 눈을 가늘게 뜨며 흐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슬금슬금 파커 쪽으로 손을 뻗었다. 늘씬하게 뻗은 그의 팔과 다리 만큼이나 길쭉한 손가락이 허벅지 위에서 거미처럼 움직이며 파커를 향해 다가갔다. "그럼 입은 안 쓰고." 마치 아이가 장난을 치듯 피터의 허리를 톡 톡 두드리며 몸을 타고 올라간 손가락이 어깨에서부터 죽 미끄러지며 팔을 더듬어 내려왔다. "만지기만 할게." 파커의 오른손을 가볍게 쥐어 끌어당긴 피터가 말했다.

손을 빼내려던 파커는 은근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이 손등을 간질이자 그만 뿌리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피터의 손가락이 파커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파고들어 안쪽의 얇은 살가죽을 쓰다듬더니 그대로 천천히 손등을 타고 올라갔다. 여유로운 움직임은 마치 피아노를 치듯 섬세했으며 애무를 하듯 상냥했다. 파커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문지르던 손이 손바닥을 맞잡은 채 검지를 펼쳤다. 긴장하듯 움츠러드는 손을 넓은 손바닥 안에 가두고서 길게 뻗은 검지로 손목 한가운데를 살살 쓸어 만졌다.

피터에게 꼼짝없이 오른손을 잡힌 채 파커는 황급히 왼손을 움직여 입을 틀어막았다. 슬쩍 손톱을 세운 검지가 손목의 작게 갈라진 구멍 주변을 긁듯이 누르자 손 아래에서 억눌린 옅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파커는 고개를 조금 추켜들고, 가빠지려는 숨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붙잡은 뺨을 꾹 짓눌렀다. 보들보들한 살결이 눌리면서 손가락 주변으로 벌건 자국이 생겼다. 손목에서부터 팔을 타고 올라오는 묘한 간지러움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만지기만 할게. 만지기만."

피터가 재차 말했다. 이제는 그의 목소리 역시 처음과는 달리 다소 낮게 가라앉아있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자 울대가 움직였다. 손목의 가장자리만을 맴돌던 검지가 마침내 빠끔히 갈라진 틈을 살며시 누르면서 마치 그곳을 벌리려는 듯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은밀했던 감각은 이제 번뜩이는 전류처럼 변해 파커를 자극했다.

"읏!"

속절없이 입이 벌어지고 탄성이 터져 나오자 파커는 아예 손가락을 깨물었다. 피터에게 잡힌 오른손이 잘게 경련했다. 단단한 근육이 느껴지는 팔뚝과는 달리 가늘기만 한 손목이 피터의 손아귀에서 움찔거리는 모습이 퍽 연약해 음심을 부추겼다. 피터는 검지에 좀 더 힘주어 눌렀다. 흑, 파커가 다급한 숨을 들이키는 동시에 살갗 아래를 파고든 손가락 끝에 끈적이는 감각이 느껴졌다. 아예 파커의 무릎 위로 올라가 그를 품에 가둔 피터는 검지를 뭉근하게 움직여 끈적한 체액과 얽히면서 다른 손으로는 파커의 왼손을 붙잡아 끌어내렸다. 입을 막고 있던 것이 사라지자 신음은 속절없이 튀어나왔다. 눈물방울을 매달고 질끈 감은 눈과 상기된 뺨을 집요하게 바라보면서 잇자국이 생긴 파커의 손가락을 핥았다. 구멍을 비집던 검지를 떼어내자 끈적이는 거미줄이 죽 늘어지면서 파커가 으응, 애달픈 콧소리를 내었다. 고개를 푹 숙이더니 한껏 움츠러든 어깨가 바들거렸다.

"난 정말로 만지기만 했어."

입맛을 다시듯 혀로 입술을 훔친 피터가 파커의 손목을 빙글 돌려 잡았다. 얼핏 희미한 상처 정도로 보일 뿐이었던 그 작은 틈새는 꾸준히 가해진 자극 탓인지 눈에 보일 정도로 벌어져서 입구 주변까지 불투명한 체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가장자리를 살짝 당기자 구멍이 더욱 벌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번에는 뭉툭한 엄지가 그곳을 비집어 문댔다. 벗어나려는 양, 파커가 미약하게 몸부림을 쳤다. 손목에서 퍼진 묘한 감각은 묵직하게 가라앉아 아랫배에 고였다.

"흐윽, 그, 마안"
"그만? 정말?"

엄지가 틈 사이를 거칠게 헤집었다. 주변보다 유난히 더 얇고 부드러워서 여리기 짝이 없는 피부가 발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아래를 젖히면서 손가락을 퉁기듯 뽑아내자 파커의 허리가 순간적으로 확 꺾이며 "앗!"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랫배에 고여있던 열기가 끓어올라 한 순간에 전신을 집어삼켰다. 크게 홉뜬 눈자위를 추켜 뜨고, 입을 벌린 뺨이 파르르 떨렸다. 짜릿한 손목의 전류가 뇌 속을 헤집고 지나간 듯 머릿속이 새하얗다. 한껏 젖혀진 목덜미에 핏대를 세우고서 파커는 한참을 더 턱 막힌 숨을 꺽꺽였다. 감전이라도 되었는지 경련하는 몸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마치 사정을 하듯 쏘아져 나온 가느다란 거미줄 가닥은 넓게 펼쳐지며 힘없이 내려앉아 파커의 팔이며 손을 끈적하게 더럽히고 있었다.

"아, 으 아아"

주륵, 거미줄이 채 되지 못한 체액이 팔을 타고 흘렀다. 피부가 붉게 달아오른 채 끈적한 액체로 범벅이 되어버린 손목 한가운데에서 뻐끔거리는 구멍은 보다 은밀한 또 하나의 신체 부위를 연상하도록 만들기 충분했다. 피터는 그 지저분하고 색스럽기 그지없는 손목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는 듯 파커의 오른손을 꼭 잡아 자신의 뺨에 살포시 가져다 대었다.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숨을 몰아쉬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피터를 바라본 파커가 손을 움직였다. 자극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해 아직도 잘게 떨리는 손이 피터의 뺨을 조르듯 매만졌다.

"피터"

파커가 혀까지 풀린 듯 어눌해진 발음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파커를 보면서 피터는 어린아이 마냥 손바닥에 뺨을 문댔고, 퍽 즐거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응. 말해봐, 형."
"그냥 입으로 해줘"

양손을 전부 붙잡혔기에 얼굴을 가리지도 못하고서 열망을 띈 눈동자는 고스란히 피터를 향했다. 그 눈을 마주한 피터가 씩 웃었다. 그는 대답 대신 입을 벌렸다. 기다렸다는 듯, 손목 위를 입술로 내리누르며 피부를 짓씹었다. 뾰족한 송곳니가 예민해진 피부를 긁는 동시에 콱 깨물어 빨아들이자 이번에는 조금도 감추려 하지 않는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대감을 담은 나른한 탄성은 음악처럼 감미롭다. 피터는 끈적한 체액이 영겨붙은 오른 손목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왼쪽 손목을 긁어 내렸다. 서서히 날카로워지는 교성은 짜릿한 울림이 되어 귓가를 파고들었고 그 전류와도 같은 자극이 재차 피터를 부추겼다.